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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한여름밤의 공포영화 세 편
  • 이진별 편집장
  • 등록 2025-08-13 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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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등골을 타고 흐르는 한기는 꼭 귀신의 손길에서만 오지 않는다. 때로는 사람의 얼굴, 사람의 말, 그리고 사람의 선택이야말로 가장 차가운 공포를 만든다. 《트라이앵글》, 《미저리》, 《한니발》— 세 편의 영화는 서로 다른 장르적 옷을 입었지만, 그 속살은 한 가지 질문으로 연결된다. "인간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가?"


《트라이앵글》의 배경은 끝없는 바다 위, 표류하다 오르게 된 거대한 여객선이다. 이 배는 시간의 흐름이 꼬여 있는 심연이다. 한 번 내린 선택이 다시 반복되고, 반복 속에서 인간의 민낯이 드러난다. 귀신 한 마리 등장하지 않지만,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의 덫은 그 자체로 미로 같다. 이 영화가 남기는 오싹함은, 운명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인간의 숙명이다.


반면 《미저리》는 공간을 극도로 좁힌다. 폭설 속 외딴집, 부러진 다리, 그리고 한 사람. 주인공을 ‘구해준’ 팬은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위해 작가의 삶 전체를 편집하려 한다. 창문 밖 세상은 멀고, 문 앞에는 광기의 미소가 있다. 여객선의 넓은 복도가 주는 공포와, 방 한 칸의 폐쇄감이 주는 공포는 다르지만, 둘 다 도망칠 수 없다는 절망은 같다.


《한니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탈출’이라는 목표마저 허물어뜨린다. 한니발 렉터는 잡혀야 하는 범인임에도, 관객의 시선을 붙드는 매혹적인 인물이다. 그는 교양과 지성을 무기로 상대를 유혹하고, 그 마음을 갈가리 찢는다. 이 영화는 공포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포에 매혹되는 위험한 심리를 드러낸다.


세 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옭아맨다. 《트라이앵글》은 시간의 굴레로, 《미저리》는 공간의 감옥으로, 《한니발》은 매혹이라는 사슬로. 그리고 이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괴물보다 무서운 건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귀신은 영화가 끝나면 사라지지만, 사람의 얼굴을 한 공포는 영화가 끝나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여름밤, 이 세 편을 차례로 본다면, 스크린이 꺼진 뒤에도 연휴 내내 창문 너머 어둠 속에서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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