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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쌍권’ 놔두고 혁신 가능한가? "
  • 이진별 편집장
  • 등록 2025-07-09 18: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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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또 한 번 ‘혁신’이라는 이름의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그 깃발이 얼마나 힘 있게 펄럭일 수 있을지는, 시작부터 회의적이다. 혁신위가 출범했지만 ‘쌍권(권성동·권영세)’을 겨냥한 인적 쇄신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로부터 철저히 보호받는 모양새다.


애초에 혁신위는 안철수 의원의 주도로 출범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쌍권을 비롯한 지난 총선 공천 참사의 책임자들에 대한 거침없는 인적 청산을 분명히 요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를 거부하자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뒤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결국 혁신위는 그 방향을 잃은 채 흔들렸고, 그 뒤를 이어 더 힘없는 윤희숙 전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았다.


윤 위원장은 당원 중심의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쌍권'의 위력에 압도되었는지 “인적 쇄신은 시기상조”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은 과연 그게 맞을까? 총선 참패 이후 당이 보여준 모습은 철저한 자기반성이 아니라, 책임 회피와 시간 끌기에 가까웠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당"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다.


윤 위원장이 제시한 당원 투표 방식은 흥미롭지만, 혁신의 본질을 관통하지는 못한다. 진정한 개혁은 구조의 전환이며, 그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인물들의 교체 없이는 껍데기만 바꾸는 쇼에 불과하다. 심지어 당 안팎에서는 “당 지도부가 혁신위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혁신위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보다는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혁신이란 결국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 반대다. 참패의 책임자들은 살아남았고, 희생양은 내부 개혁을 외친 이들에게 돌아갔다. 아무리 혁신이라는 단어를 외쳐도, 실제로 손대지 않으면 아무 일도 변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혁신이 아닌 연극에는 더 이상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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