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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칼럼> ‘한글날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
  • 이진별 편집장
  • 등록 2024-10-08 17:34:28
  • 수정 2024-10-09 07: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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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0월 9일은 오백일흔여덟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이다. 이날을 기려 태극기를 게양하고 공휴일로 지정돼 있고 기념행사를 하며 나름대로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려 노력하고 있다.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한때 관심을 끌었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세상에 나올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올해 한글날에도 빛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


1443년에 세종대왕이 백성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새롭게 문자를 만든 것이 ‘훈민정음’이고 지금의 ‘한글’이다. 이 훈민정음은 크게 ‘예의’와 ‘해례’로 나누어져 있다.


‘훈민정음예의본’은 세종이 직접 지었는데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글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성삼문, 박팽년 등 세종을 보필하며 한글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글이다.


오랜 역사가 흐르는 동안 서문을 포함한 예의 부분은 무척 간략해 ‘세종실록’과 ‘월인석보’ 등에도 실려 있어 전해져 왔지만, 한글 창제 원리가 밝혀져 있는 해례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예의와 해례가 모두 실려 있는 훈민정음 정본이 1940년에야 발견되었다.

그것이 이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그동안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그들의 지독한 ‘민족말살정책’이 자행됐었고 한글학자들도 해례본이 없었기 때문에 창제의 원리를 정확하게 밝혀내지를 못했다.


대수장가였던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40년에 김태준이라는 당시의 가장 영향력 있는 국문학자로부터 해례본의 실존 소식을 듣고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유일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게 되었다.


이 ‘훈민정음 해례본’은 1962년 12월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었고,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현재 국립한글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이 ‘훈민정음 해례본’ 은 간송 전형필이 찾았기 때문에 ‘간송본’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단 한권 밖에 없는 것으로 알았던 ‘훈민정음 해례본’이 상주에서 새로 발견됐다. 이 ‘훈민정음 해례본’은 상주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상주본’이라고 불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상주본은 간송본에 없는 훈민정음 연구자의 주석이 달려 있어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상주본의 소장자는 상주에 사는 배익기 씨였다.


상주본 소식이 나오자 골동품 가게를 하고 있던 조용훈 씨가 나타났다. 조 씨는 상주본을 배 씨가 훔쳐갔다고 고소했다. 10년이라는 지리한 법정소송 끝에 2011년 법원은 1심에서 상주본을 조 씨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배 씨는 억울하다며 책을 돌려주지 않고 숨겼다. 그러나 2012년 9월 법원은 배 씨가 무죄라고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배 씨가 책을 훔쳤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2012년 조 씨가 사망하면서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고 말했지만 배 씨는 상주본을 내놓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배 씨는 1년 정도 수감되기도 했다.


이 상주본은 2017년에 다시 세상에 알려졌는데 상주본 일부가 불에 탄 상태였다. 배 씨는 여전히 상주본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고 억울하게 감옥에 갔다왔기 때문에 국가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재청도 배 씨에게 상주본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배 씨는 1000억 원을 받아도 국가에 줄 생각은 없다고 맞섰고 오히려 문화재청의 반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마침내 2019년 7월15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배씨가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조 씨의 소원대로 이제 국가가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조만간 상주본의 반환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소장자인 배익기 씨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이라도 1000억을 주면 즉각 내놓겠다”고 했지만 해례본의 행방과 보관상태 등에 대해서는 감감무소식이다.


국가는 현재 배익기씨의 훈민정음 해례본 개인 소장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배씨는 국가가 1000억을 내놓으면 해례본을 내놓겠다고 맞서고 있는 동안 해례본은 점차 역사와 세월속에 점차 삭아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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