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납치·고문을 당해 숨진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대학생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외교부와 경찰이 현지 수사 당국과 협력해 경위를 조사 중이며, 피해자 시신의 국내 송환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경북 예천 출신 20대 대학생 A씨는 지난 7월 17일 “현지 박람회에 참가하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러나 출국 일주일 후 가족에게 “감금돼 있으니 5천만 원을 보내라”는 협박성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는 조선족 말투의 남성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A씨와의 연락은 완전히 끊겼다.

현지 경찰은 지난 8월 8일 캄폿주 보코르산 인근 숲속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불에 싸인 채 버려져 있던 시신에는 폭행과 고문의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현지 사망진단서에는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에 따른 심장마비’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중국 국적 남성 3명을 살인 및 납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고액 아르바이트나 해외 박람회를 미끼로 피해자를 유인해 감금한 뒤 몸값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피해자를 유인한 모집책이 체포돼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외교부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시신 송환과 공동 부검 절차를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빈발하는 온라인 취업 사기·감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현지 안전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캄보디아에서 납치·살해되었다는 보도 이후 경북 상주, 충북,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실종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도 30대 남성 등 3명이, 강원에서도 50대 남성과 20대 남성 등 2명이 캄보디아에서 실종되었다는 제보에 따라 경찰이 소재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외교부는 프놈펜을 포함한 캄보디아 주요 지역의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고수익 해외 취업 제안 등으로 현지에 유인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검증되지 않은 해외 일자리나 초청 제안을 절대 믿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